백수시절 서울 시내 버스 타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알게된 역.

이 역이 마음에 들었던건 역 밖에서 플랫폼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재일교포 3세 사기사와 메구무 소설작가의

"달리는 소년" 작품속에서 첫 부분에 나오는 배경중에 한 장면하고도 비슷해서 좋아한다.


TS-E 45mm F2.8 랜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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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디서 와서 이렇게 급히 어디로 가는지,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몸 속에서 쥐어짜는 듯한 외침소리를 그는 분명히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마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년은 먼 길을 줄곧 달려왔다.
커다란 자전거가 그의 엉덩이 밑에 있었다. 자전거는 녹이 슬어 푸르죽죽한 색깔을 띠고 있었다.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해 보아도 별로 키가 크다고 말할 수 없는 그의 발은 자전거가 멈춰버리면
땅바닥에 닿지 않아서, 좌주의 지면에 걷어차이듯이 하여 겨우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담장을 따라 달리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 바다 냄새가 섞여 있는 것을 그는 알아차렸다.
담장은 길고 곧게 이어진 뒤 갑자기 말굽 모양으로 구부러졌고, 그 굽이진 부분이 지금 그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저쪽은 틀림없이 바다야."
...................(생략)

발치의 땅바닥은 강한 햇빛에 비쳐 새햐얗게 보인다. 어디에서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귀 속에서 지지, 지지 하는 희미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하얀 햇살 속에 고가 철도역이 있었다.
갈라진 콘크리트 벽과 마주하고 있던 소년은 잠시 생각한 뒤, 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햇빛의 상태를 보면 아마 늦은 오전일 것이다. 위를 쳐다본 소년은 심한 현기증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소년은 드러난 플랫폼을 쳐다보았다. 한산한 플랫폼을 지나가는 바람이 서늘해 보인다. 저기로 올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하고 기분이 좋을까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생략)


소년은 시선을 모아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흐르던 땀이 지금은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겨드랑이와 볼과 이마 같은 데가 왠지 차갑고 불쾌하다.
여윈 옆구리를 차갑게 식은 땀이 한 줄기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의 불안은 절정에 이르럿다.
"선생님, 가토 선생님."
그는 인적이 드문 위쪽의 플랫폼을 향하여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손을 잡은 남자가 그 목소리를 들어준 것이 그나마
소년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남자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 오..오.." 하고 말하듯 입을 오므렸다. 인적이 없는 낯선 해변 도시에서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불안은 조금 누그러졌다.

가토선생님은 소년을 내려다 보며 태평스럽게 큰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니?"
"선생님, 저는 저쪽으로 갈 거예요. 어떻게 가면 돼요?  이 역에 오는 전차를 타면 갈 수 있나요?
"글쎄, 이곳 전차는 저쪽으로는 가지 않을 텐데....."
"그럼 선생님, 자전거로 가면 어때요? 자전거로 가면 얼마나 걸려요?
"글쎄, 4, 50분은 걸리지 않을까?"
"예?"

소년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