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마음이 젖는 밤이다. 이런 밤에는 허기도 쉽사리 몰려온다.

비 오는 날엔 간식으로 뜨거운 라면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스물 살때 발견한 이성부 시인의 시 '라면가'.

이시를 얼마나 좋아 했던가.......<중략>





아니오 아니오 그런게 아니오

이 구멍가게가 뜨겁게 끓는 것은

그래도 형들이 저녁마다

소주에 북어 새끼를 삼키기 때문이오

형들의 술이

형들의 가슴을 대신하기 때문이오




왜 맨 정신으로 말을 못하오

무엇이 두려운지 무엇이 사람의 마음에

손에 줘어진 라면 한 봉지가

형들에게 새벽을 알려 주오




일터에 나가면

도로 튼튼해진 마음과 마음들이

굵은 팔뚝으로 악수를 하오

밤새 두끼 즐겁게 라면을 먹고도

형들에게는 더욱 큰 힘만 쌓여가오




                                   '라면가'

                                            - 이 성부-


.................<중략>

라면 스프 대신 된장을 풀어 라면 국물을 만든 후 라면을 끓여 먹는 맛은 각별하다.

그리고 라면에 김치를 얹어 먹는 식사는 어느 저택의 화려한 식사도 부럽지 않았다.

한 입 가득 빨려 들어 오는 라면과 김치로 굴주린 배가 은행처럼 든든해질 때 삶의

의욕은 타올랐고 사람과 사람의 정은 두터웠다.

초라한 술집에서 흥분과 열정이 흐르는 대화 속에서 거나하게 취한 이들의 가슴속을

데우던 라면은 비단실보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그 무엇이다.


                                      '라면은 비단실처럼'

                                            - 申 鉉林 時輯中에서-

        이 시를 읽으면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결혼한 남자라면 아마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여보 배가 허전한것 같은데 우리 뭐 라면 같은거나 끓여 먹자...'

        하면서  부인이 끓려준 라면을  먹었을 것이다...

        아~ 깊고 조용한 이 밤... 라면이 나를 부르는구나....휴~~